[동아일보] 18세 미성년자가 11억 원 아파트 구입?…정부, 부동산 이상거래 잡는다

작성일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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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새샘기자]

올해 8, 9월 서울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래 2만8140건 중 555건에서 편법 증여, 대출 규정 위반 등이 의심돼 국세청과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선다. 정부는 10월 거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어서 내년까지 부동산 이상거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서울지역 실거래 합동조사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1차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8, 9월 서울에서 신고된 전체 공동주택 거래 2만8140건 중에서 가족간 편법 증여 등 이상 거래가 의심되는 사례 2228건을 가려냈다. 이 중에서 매매 계약이 마무리돼 조사가 가능한 1536건의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게 해 조사를 벌였다. 이중 545건은 거래 당사자 등의 소명자료 제출이 늦어져 조사가 마무리되지 못했고, 조사가 마무리된 991건에 대한 결과를 이날 발표한 것이다.

991건 중 절반이 넘는 532건(53.7%)에 대해선 탈세 정황이 포착돼 국세청이 증여세 등 탈루 의혹에 대한 집중 조사에 나선다.

관계기관에 통보된 주요 사례 중 A씨(18)는 올해 6월 사흘에 걸쳐 부모와 친척 4명에게 각 1억 원씩 총 6억 원을 입금 받았다. 그는 이 돈에 전세금을 끼고 아파트를 사는 ‘갭투자’를 해 서울 서초구의 11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A 씨 본인의 돈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현행법상 1억 원 이하 현금을 증여하는 것은 10% 세율로 세금이 매겨진다. 하지만 5억 원 이상 현금을 증여할 때는 세율이 30%로 뛴다. 당국은 이 거래가 증여세를 아끼기 위해 A 씨의 부모가 친족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대신 증여하도록 한 편법, 분할증여 사례라고 의심하고 있다.

조사 대상 중 23건은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돼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에 고지됐다. 40대 B 씨는 부모가 다른 주택을 담보로 받은 개인사업자대출 약 6억 원을 차용증을 작성하고 대여 받아 서울 용산구에서 26억 원 아파트를 매입했다. 정부는 B씨의 부모에 대해서는 개인사업자대출을 용도 외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행정안전부와 금융위,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대출금을 부모가 편법 증여한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도 이 거래사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이외에도 부동산 거래일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허위신고 사례 10건도 적발돼 서울시가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소명자료 제출을 지속적으로 미루는 등 ‘버티기’를 하는 경우 거래 당사자에게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 등에 통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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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주로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이른바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지역의 고가 아파트 거래를 들여다봤다. 실제로 이상 거래가 확인돼 국세청 및 관계기관에 통보된 555건 중 서초구가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 55건, 강남구 45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앞으로도 이 같은 합동조사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날 10월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1만6711건 중 1247건(7.5%)의 이상거래 의심사례를 추출했고, 이중 거래가 완료된 601건 등 총 788건을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초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도 발표된다.

2월부터는 ‘부동산 거래 신고법’이 개정돼 전국의 실거래 신고를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실시간 모니터링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이뤄진 거래를 조사하는 방식으로만 부동산 이상거래 감시가 이뤄져왔다.

국토부는 “이번 합동조사에서 거래당사자의 자금출처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 비정상적인 자금조달 및 탈세 의심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집중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부동산 투기와 불법행위가 없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