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부동산 그림자금융 550조원 넘었다

작성일
2020-01-16
조회
2071
[내일신문] 이경기 기자


9개월간 80조원 증가, MBS 합치면 670조원
해외 사모펀드 투자급증 ... 5년새 6.6배 늘어
금융감독당국, 종합관리시스템 마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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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의 규모가 550조원을 넘어섰다. 불과 1년도 안돼 80조원 가량 늘어나는 등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그림자금융은 은행권 수준의 높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 영역에서 이뤄지는 투자와 대출 등의 금융중개활동을 말한다.

15일 내일신문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등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2019년 6월 기준 554조9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초 2018년 9월 기준으로 분석한 47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 사이에 80조원이 증가했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부동산 펀드와 부동산신탁 등과 관련 대체투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2018년 9월)를 △부동산·특별자산 펀드 △부동산신탁 △P2P부동산대출 △PF대출(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채권보증 △유동화증권 등으로 파악했다. 내일신문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부동산·특별자산 펀드와 부동산신탁이 각각 31조원, 26조원 증가하는 등 전체 증가규모의 71.2%를 차지했다. 비은행권의 PF대출도 6조6000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규모 확대는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었다. 2015년 13조498억원에서 2019년 55조5435억원으로 4.25배 가량 늘었다.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모펀드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4년 8조405억원에서 규제완화 시점인 2015년 12조2837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투자규모는 53조2069억원으로 2014년 대비 6.6배 증가했다. 공모펀드의 경우 2014년 8644억원에서 2015년 7661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고 2019년에도 2조3366억원으로 증가폭이 크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고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 위기에 더 취약하다. 최근 라임 펀드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감독당국이 실태파악에 들어갔을 정도로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다. 원금 상환이 어려워 만기가 연장된 독일 헤리티지DLS 사모펀드는 최근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경우 어떤 식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지 감독당국이 파악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시스템 리스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미국이나 유럽은 금융기관 간에 어떤 파생거래가 있고 대차거래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정확하게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어떻게 파악할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이 파악한 자본시장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275조7000억원이다. 금융투자회사 중심으로 규모를 산정했기 때문에 금융권 전체의 규모와는 차이가 크다.

금감원은 부동산 펀드만 포함시켰을 뿐 특별자산 펀드를 제외했고 부동산 유동화증권에 120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시켰다. MBS는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비교적 안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금감원은 포괄적인 위험성을 고려한 것이다. 금감원 기준을 적용해 MBS를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포함시킬 경우 전체 규모는 670조원으로 증가한다.

신용상 위원은 “부동산 그림자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설정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관리되지 않았던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달말쯤 부동산 그림자금융과 관련된 연구용역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익스포져 및 위험요인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한 로드맵을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다양한 금융회사가 복잡한 금융상품으로 얽힘에 따라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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