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비즈] 엄청 비싼 서울 집, 누가 와서 샀나요…최근 4년 구매자 보니

작성일
2020-02-17 09:51
조회
153
[경향비즈 이성희 기자]

ㆍ무주택 고소득자·2030 젊은이·외지인이 샀대요
ㆍ무주택 고소득자, 11억 넘는 집 사
ㆍ30대 이하 연령층 구입도 늘어나…부모로부터 증여받았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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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서울에서 크게 뛴 집값은 수도권을 거쳐 다른 시·도의 집값까지 끌어올린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는 데 공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전체 시장도 대체로 안정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서울을 집중 겨냥한 ‘핀셋’ 규제를 내놓는 것 또한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주택을 구매한 이들의 특성은 곧 한국 사회의 부동산 시장 흐름이다.

■ 고소득자, 강남·성동구 주택 구매


최근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은 ‘무주택 고소득자’와 ‘외지인’ ‘증여받은 저연령층’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최성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연구소 연구위원 등은 16일 <서울시 주택구매자 특성과 시사점>에서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부동산 정보 포털사이트 ‘씨리얼’에 기고한 이 보고서는 2015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KCB연구소가 수집한 건축물 대장과 소유자 신용정보 등을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6.2%였다. 경기·인천이 6.2%,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5대 광역시가 5.9% 오른 것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한다.

소득에 따른 주택구입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소득 상위 10%를 고소득자, 소득 상위 40~60%를 중소득자라고 할 때 두 그룹이 전국에서 구입한 평균 주택가격의 차이는 2015~2017년 3억원으로 비슷하게 유지됐다. 그러나 2018년 2분기부터 차이가 나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5억원가량으로 벌어졌다. 중소득자가 6억6000만원짜리 집을 구입할 때 고소득자는 11억원이 넘는 주택을 샀다.

‘똘똘한 한 채’ 쏠림현상도 확인된다. 1주택자의 고가주택 구매 비중은 2017년 2분기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해 2분기에는 80%에 근접했다.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고가주택 구매 비중은 30~45% 수준을 유지해 시기별 큰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무주택 고소득자가 고가주택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시기는 2017년 8·2 부동산대책 이후”라며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적용 등 현 정부의 정책 환경이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부동산을 주로 구입하던 부자들이 성동구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린 것도 특징이다. 고소득자 및 고자산가(전국 주택 구매자 중 소득과 부동산 순자산 상위 10%)들은 2015년 3분기만 해도 강남3구 주택구매자에서 10% 수준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강남구 주택 구입 비중이 15%로 4년 전보다 5%포인트 늘어난 반면 서초구와 송파구 비중은 각각 8%, 9%로 소폭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신 성동구 주택 구입 비중이 3%에서 9%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성동구는 30대의 주택 구매 비중이 33%로 다른 연령대 대비 가장 높았으며 강남구는 40대 비중이 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금호동 재개발 등으로 신축이 많은 성동구는 준공 5년 미만 주택 비중이 높은 반면 강남구는 준공 20년 이상 된 주택의 구매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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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보다 여윳돈…주택자산 양극화

조사 기간 동안 30대 이하의 주택 구매비중도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연령대별 주택 구매비중을 2015년 3분기와 비교해보면, 20대 이하와 30대 비중이 각각 1.1%포인트, 2.2%포인트 늘었다. 60대 이상에서도 주택 구매비중이 1.8%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40대와 50대가 주택을 구입하는 비중은 4년 전보다 각각 2.6%포인트, 2.5%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30대 이하 연령층에서 주택구매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증여일 가능성이 있다”며 “40~50대 장년층의 주택 구매비중은 줄고 있지만 고가주택 구매는 늘었다. 주택자산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주택 구매자 중 외지인(서울 외 지역 거주민)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3분기 전체 서울 주택 구매자 중 외지인 비중은 12%였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9%로 증가했다.

특히 외지인이 서울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낀 비중이 2015년 3분기 25.4%에서 2017년 3분기 19.1%를 거쳐 지난해 3분기에는 12.7%로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택구매자의 주택순자산을 보면, 외지인이 6억4400만원으로 서울 거주자(6억2000만원)보다 다소 높았다. 대출을 끼고 거주할 주택을 사는 게 아니라 현금자산을 이용해 임대할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주택 가격은 하방압력이 계속된 반면, 서울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여윳돈 있는 외지인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 쏠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도 고소득자와 고자산가, 외지인들이 서울 주택 구매 수요를 받쳐주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상승하면서 수요가 몰린 것인지, 수요가 쏠리면서 서울 집값이 상승한 것인지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문제처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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