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6년 경제] 가계빚 위의 ‘모래성’

작성일
2016-12-30
조회
2854
ㆍ청약 광풍




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시장만 ‘나홀로 호황’을 누린 한 해였다. 하지만 100조원이 넘는 가계빚 증가에 기댄 모래성 위의 호황이었다.

2016년 부동산시장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다. 저금리와 대출 규제 완화로 너도나도 ‘갭투자’에 나섰고 ‘분양권 로또’를 꿈꾸는 청약 광풍이 일었다. “월세 시대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전세종말론 바람을 잡는 정부에 등 떠밀리듯 전세난민들도 빚내서 집 사기 대열에 뛰어들었다. 결국 과열 양상을 보이다가 가계빚이 경제에 시한폭탄으로 불거지자 잇따른 규제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부가 쓸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부동산시장을 띄우는 것이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그래도 믿을 것은 부동산뿐”이란 신화도 거들었다. 빚도 자산이란 허상이 정점을 찍었다. 그 결과 올 한 해에만 가계부채가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분양시장은 광풍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뜨거웠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입지가 좋은 곳은 당첨만 되면 많게는 억 단위의 웃돈을 노릴 수 있어 로또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왔다. 올해 전국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4.2 대 1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청약자 수도 올 한 해 419만명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청약 열기가 거셌던 부산은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02.3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9월 분양한 부산 동래구 ‘명륜자이’의 평균 경쟁률이 523.6 대 1에 달했을 정도다.

저금리를 업고 웃돈(프리미엄)을 챙기려는 단타족(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이 대거 가세하면서 분양권 거래도 활발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 19일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은 총 14만9625건에 이른다. 분양권 실거래 총액은 총 50조77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35%나 늘었다.

가계빚이라는 불안한 기반 위에 주택시장이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주택 공급 축소를 뼈대로 하는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 계산과 반대로 움직였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신호로 읽혔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 분양과 맞물려 막바지 청약 열풍이 극심해졌다. 결국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르고 나서야 정부는 분양권 전매제한 및 1순위·재당첨 청약 조건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는 등 주택시장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투기꾼들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 ‘뒷북 행정’이었다.

이어 정부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계빚에 빨간불이 켜지자 아파트 중도금 잔금대출까지 원금·이자를 함께 갚도록 하는 11·24 대책을 내놨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라던 정책기조가 2년여 만에 바뀐 것이다.

“정부가 국민 경제 전체를 판돈으로 부동산 경기를 따먹으려는 위험한 도박”(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을 벌이던 사이 가계빚은 이미 1300조원을 돌파했다. 다중채무자 등 가계빚 취약층도 150만명까지 늘어났다. 앞으로 집값 하락 악재까지 겹친다면 로또가 깡통이 되는 2008년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거품과 혼란을 키운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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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612291632001&code=920202&med_id=khan#csidx3234f425ba6ee4b87000d65bd898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