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수상한 ‘주택 거래’ 딱 걸린다

작성일
2020-02-06
조회
1664
[경향신문 이성희·박광연 기자]

ㆍ1억 가지고 (부모를 세입자로 들여) 10억짜리 아파트 구입
ㆍ5000만원 들고 (부모에 잔금 빌려) 17억짜리 아파트 구입
ㆍ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 21일부터 가동…고강도 조사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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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김영한 토지정책관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부동산 실거래 관계기관 2차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인 ㄱ씨는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에 있는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매입금액 중 자기자금은 1억원이 전부였다. 대신 부모를 세입자로 들여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4억5000만원을 받았고, 금융기관에서 4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나머지 금액을 마련했다. ㄴ씨는 17억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사면서 자기자금은 5000만원밖에 들이지 않았다. 전세보증금 9억5000만원을 끼고 매입하며 신용대출 1억5000만원을 받았다. 나머지 5억5000만원은 부모에게 빌렸지만 차용증은 쓰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서울 지역에서 적발한 주택매매 이상거래 의심 사례다.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이 같은 이상거래를 조사하는 전담조직을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서울 외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도 집중조사를 벌이는 등 실거래가와 자금조달계획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서울시, 금융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실거래 합동조사팀(조사팀)은 조사 결과 증여세 탈루 및 실거래 허위신고, 대출규정 미준수 등 법 위반 의심 사례가 768건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실거래 1333건 2차 합동조사 결과
증여세 탈루 등 위법 의심 768건
전세금 형식·무차용증 거래 많아


합동조사는 지난해 10월에 이은 두 번째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2개월간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1차 조사에서 마무리짓지 못한 545건과 지난해 10월 이후 실거래 중 788건을 포함한 총 1333건이다.

적발된 유형은 편법증여 의심 사례가 가장 많다. 전세금 형식으로 가족 간에 금전 거래를 하거나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저가 거래로 증여세를 낮추고 차용증이나 이자 지급내역 없이 가족 간 돈을 빌려주는 등 탈세가 의심되는 사례가 670건에 이르렀다. 조사팀은 이를 국세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사업자금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대출규정 미준수 의심 사례도 94건 적발됐다. 조사팀에 따르면 소매업을 하는 ㄷ씨는 지난해 7월 25억원짜리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샀다. 주택 구입자금 중 19억원은 상호금융조합에서 사업자대출로 융통했다. 금융위 등 관계부처는 대출 취급 금융회사 현장점검 등을 통해 규정 위반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조사팀은 부동산 실소유자와 등기 명의가 다른 명의신탁약정이 의심되는 거래 1건을 경찰청에 통보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계약일 허위신고 등으로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한 3건도 적발해 서울시가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21일부터는 실거래가 조사 강도가 더 세진다. 국토부에 실거래 직권조사 권한이 부여되면서 편법증여와 업다운계약 등 이상거래 조사는 물론 집값 담합과 불법전매 등 각종 부동산 불법행위를 직접 수사하는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 가동된다. 대응반은 특별사법경찰 위주로 15명 규모로 구성되며, 국토부 1차관 직속으로 활동할 방침이다. 한국감정원에는 실거래 조사업무만 전담하는 ‘실거래상설조사팀’이 신설된다.

실거래가 조사 지역도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서울 25개구를 대상으로 실거래가 조사가 이뤄졌지만 21일부터는 경기 과천·분당·광명·하남, 대구 수성,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도 집중조사가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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