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서울 지역 아파트 중위가격 첫 9억원 돌파…‘고가주택 기준’ 놓고 술렁

작성일
2020-01-31
조회
1689
[경향신문 이성희 기자]

ㆍ아파트 절반, 이론상 9억 넘기자
ㆍ‘12억부터 종부세’ 상향론 고개
ㆍ정부 “집값 변동 과잉해석된다”
ㆍ업계도 “조세정의 위배”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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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처음으로 9억원을 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론적으로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9억원 이상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기존 시세 9억원에서 시세 12억원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소득보다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불로소득을 묵인하는 격이 될 수 있다며 고가주택 기준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30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을 돌파한 것이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9억원은 고가주택으로 통한다. 1주택자여도 시세 9억원 초과분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며 취득세율도 집값의 3.3%로 높아진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는 9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어든다. 9억원 넘는 주택 보유자는 전세자금대출도 받을 수 없으며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금지된다.

시장은 술렁이고 있다. 12·16부동산대책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의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을 늘리고 15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9억원 이하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서울 아파트 절반이 9억원을 넘는데 여기에 종부세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고가주택 기준을 12억원 이상으로는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가주택 기준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장의 근거가 된 KB국민은행 자료는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를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 조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도 강남 11개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11억4967만원이었던 데 반해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4274만원에 그쳤다. 국가승인통계인 한국감정원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7억9800만원으로, KB국민은행 자료와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멸실 등으로 인한 노후 저가주택 제외 및 신축주택 신규 추가 등 표본 구성의 변화에 따라 실제 시장상황보다 집값 변동이 과잉해석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고가주택 기준 완화 주장은 조세정의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논란은) 사실상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20억원이 넘는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지난해 말 기준 종부세가 48만원인데 지금보다 세 부담을 더 낮추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득이 그만큼 뒷받침돼 고가주택 기준을 올리면 상관없는데 저금리로 오갈 데 없는 돈들이 투기적으로 거품을 만들고 있는 게 현재 부동산 시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고가주택 기준 완화는 소득에서 너무 멀어진 주택 가격을 정부가 인정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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