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임대주택 ‘더불어 사는 공간’으로

작성일
2019-12-24 15:39
조회
1433
[경향신문 이성희기자]

ㆍ공공임대주택 이렇게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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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제공


“집은 삶의 안정을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새로운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디딤돌이다. 공공임대주택이 국민의 삶터와 일터를 넘어 쉼터와 꿈터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하겠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난 18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LH 하우징 플랫폼 페스타’에서 이같이 말했다. LH 창립 1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행사에서 변 사장은 2030년까지 앞으로 10년간 ‘더불어 살아가는 포용공간, 쉼·꿈·일터’라는 슬로건으로 공공임대를 건설·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임대가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하고 주거복지 수준을 제고하는 중요한 사회안전망인 만큼 공공 주거복지기관인 LH가 앞장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LH가 공공임대의 공급 철학과 목표, 방향 등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 한 건물에 여러 계층 입주

현재 공공임대는 크게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매입임대 등 7가지 유형이 있다. 지난 30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유형의 공급을 중단하고 새로운 것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형에 따라 공급주체와 입주 자격, 입주신청 시기 등이 제각각이어서 공공임대에 입주할 때까지 여러 차례 같은 신청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대기자 명부도 없어 수요 파악도 이뤄져 있지 않다. 이에 정부는 대기자 명부 도입과 공공임대 유형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임대 통합은 유형별 집단공급 방식에서 동일 주거에 여러 계층이 입주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 차별 없는 공간으로 구현하고 다양한 연령층과 가족 유형이 함께 섞여 살 수 있도록 단지 내 주택 규모를 다양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국민임대·영구임대·행복주택 공급이 각각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한 건물에 세 가지 유형이 모두 들어가 있는 형태로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층에 국민임대, 중층에 행복주택과 영구임대, 고층에 국민임대와 행복주택 등이 섞여 있는 식이다. LH 관계자는 “사회적 통합으로서 공공임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유형별 칸막이 운영으로 인한 불합리가 개선되면 수요자의 형편에 맞는 선택의 기회가 많아져 유형 간 수급 불일치 등의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득 대비 부담 가능한 임대료

복잡한 임대료 체계도 단순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소득층의 경우 경제적 상태를 고려해 지불 가능한 임대료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주거비 부담으로 다른 기본적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본적으로는 주변 시세에 맞춰 임대료를 책정하되 입주자의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부과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LH는 최근 미국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 연방주택청은 저소득층에 임대료 보조를 할 때 ‘구매력’이라는 개념을 도입, 임대료와 주택자금상환 등 주택 관련 지출을 가구 총수입의 30% 이내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소득이 적은 1~2분위 최저소득층의 임대료는 시세의 30%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 3~4분위인 저소득층은 시세의 40~60%, 소득 5~6분위는 시세의 60~80%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가 공급을 주력하고 있는 행복주택은 본래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60~80%지만 입주자의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 부과할 계획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영구임대 말고는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형편에 맞는 임대료를 내면서 국민임대나 행복주택에서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 지역사회 공공재로

그간 공공임대를 반기는 지역사회는 많지 않았다. 취약계층을 한데 모으는데 관리·감독은 안되고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추가 재원 없이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일이라 달가워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LH는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공공임대를 지역사회의 공공재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공공임대에 생활문화센터와 작은도서관 등 생활인프라를 제공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자체·NGO·병원 등이 보유한 복지프로그램과 연계해 공공임대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복지사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입주민 이력관리 빅데이터를 구축해 여기서 파악된 주거복지 요구를 LH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돌봄·건강·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해 입주민 주거복지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개념이다.


■ 10년 후 365만가구 직간접 주거지원


LH, 향후 10년간 365만가구 목표
현재 7개인 임대 유형 하나로 통합
대기자 명부 도입해 수요 파악
소득 따라 임대료 차등 부과 추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공공임대 공급 확대 의지를 밝혀왔다. 전체 가구의 6.3%에 불과한 1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 재고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를 상회하는 9%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공공임대 65만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다.

LH는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주거복지 수혜가구 365만가구 달성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데다 고령자와 빈곤가구 증가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거복지 수요가 증가하는 데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해 기준으로 LH가 공급한 공공임대는 123만가구로, 주거급여 지원 대상자 97만가구를 합하면 주거복지 수혜가구는 220만가구에 이른다. 2030년에는 공공임대가 227만가구, 주거급여는 138만가구 등 총 365만가구로 주거복지 수혜가구가 지금보다 1.5배 이상 많아진다.

문화센터·도서관 등 단지 내 구성
주변 주민과 함께 사용토록 해
공공임대 부정적 인식도 해소키로

변 사장은 “모든 주거복지사업 기반을 주거권에 두고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공공임대 공급을 늘리고 맞춤형으로 제때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LH 등 중앙 공급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자체의 적극 의지와 사회적 경제주체 등 비영리 단체를 활용한 공급주체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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