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아파트는 브랜드보다는 입지, 경관, 평면이 중요”

작성일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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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경기도 신도시의 택지지구에 집을 구하던 김모씨(40)는 부동산중개사 소개로 이른바 ‘시공능력평가 1군 브랜드’ 아파트부터 들렀다. 입지는 대로변으로 교통이 편하고 상가도 바로 앞이었던 데다 브랜드 가치가 크게 느껴져서다.

그러나 김씨는 “겉보기에 멋지게 지어놓았고 브랜드를 믿고 들어가 봤다가 실망부터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선호하는 4베이(안방부터 거실, 작은방 2개가 일렬로 늘어섬) 구조가 아닌 옛날식 3베이였다. 게다가 자재도 싸구려 티가 났고 큰 길 가여서 너무 시끄럽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인근에 중소형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를 웃돈(프리미엄)까지 얹어주고 사기로 결정했다. 입지도 학교 앞이라 어떤 면에서 더 낫고, 야산이 보여 소음도 확실히 덜하고 쾌적할 것으로 기대됐다. 브랜드 차이 때문인지 가격도 조금 낮았다. 그는 “평면 또한 4베이로 잘 빠졌고 안방에 드레스룸까지 널찍해 아내도 좋아하더라”고 밝혔다.

최근 삼성물산 래미안이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같은 브랜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지만 주택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여전히 따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지와 경관·쾌적성을 더하면 95%를 좌우한다.

부동산114(www.r114.com)는 올해 10월 31일부터 11월 18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9명 대상으로 아파트 브랜드 40개에 대해 ‘2016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삼성물산 래미안이 종합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고 6일 밝혔다. 종합대상 선정은 브랜드 선호도 및 상기도, 건설사 상기도, 투자가치, 신뢰도, 주거만족도 등 6개 부분 응답률에 가점을 적용해 합산한다.

이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포스코건설 더샵, GS건설 자이, 롯데건설 롯데캐슬 순으로 브랜드 종합대상 5위에 들었다. 특히 2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상승세가 눈에 띈다. 힐스테이트는 브랜드 선호도 부문에서는 13년 연속 1위였던 래미안을 제쳤다고 부동산114가 밝혔다. 래미안은 삼성물산의 제일모직과 합병 후 수주실적이 크게 줄어들며 선호도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여 동안 분양 호황기에 공격적으로 나선 브랜드의 순위 상승도 주목된다. 시공능력평가(건축) 11~50위까지 중견 건설사들도 선전하며 종합대상 10위권 안에 들었다. 시공능력평가(건축) 13위인 호반건설 베르디움과 12위 한화건설 꿈에그린은 종합순위에서 각각 8, 9위로 올랐다.

또한 현재 사는 아파트 주거만족도에서는 포스코건설 더샵이 1위였다. 더샵 아파트 거주자의 66명 중 87.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서울 강남, 인천 송도, 경기 분당, 하남, 부산 등 지역에서 주거만족도가 고루 높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는 거주자들이 아파트를 고르는 데 앞선 주요인이 여전히 아니라는 점도 재확인됐다.

부동산114가 아파트에 거주 중인 1199명에게 해당 아파트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10명 중 7명꼴로 입지가 좋아서(73.2%)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수한 경관과 쾌적성이 좋아서(22%), 내부 평면설계가 우수해서(13.2%), 유명 브랜드라서(10.8%), 단지 내 편의시설이 편리해서(8.2%) 순으로 답했다. 그 대신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지난해 85.6%에서 올해 90.32%로 커졌다.

결국 한 지역을 놓고 본다면 우선 아파트 입지와 경관·쾌적성·평면 순서로 먼저 따지고 난 뒤 브랜드가 좋으면 돈을 조금 더 지불할 용의는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입지나 경관이란 말에는 한국 사회의 복합적 요소가 함축돼 있다. 아무리 집을 잘 지어도, 공기 좋은 곳은 다른 데가 있더라도 학교나 학원 가까운 이른바 ‘학세권’이 선호되는 게 현실이다. 또 출퇴근이 편리한 ‘역세권’, 쇼핑 상가가 가까운 ‘몰세권’이 주목받는다. 최근엔 하천이나 산이 가까워 전망이 좋고 공기 깨끗한 이른바 ‘숲세권’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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