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오름세 지속 전셋값, 올해 급등하지 않겠지만 ‘불안 요인’ 많아

작성일
2020-02-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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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성희 기자]

ㆍ집값 상승과 동조·규제로 매수 위축·매매 관망 등 전망 제각각
ㆍ보유세 부담에 반전세로 돌리고, 급등한 전셋값 추가분 충당 못해
ㆍ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 수용도…전·월세상한제 등 도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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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ㄱ씨는 5월 전세 만기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6억5000만원 하던 전세보증금이 2년 만에 8억원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20평대라 다소 좁지만 가능하면 계약 연장을 할 생각이라 당장 1억5000만원을 구해야 한다. 처음 전세 계약을 맺었을 때만 해도 2년 후에는 내 집을 마련할 것이라는 꿈을 꿨다. 하지만 ㄱ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매매가는 2년 새 9억원에서 16억원 후반대로 치솟아 이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는 “최근 석 달 새 전셋값이 5000만원 올랐다”며 “앞으로 더 오르지만 않아도 좋겠다”고 말했다.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지며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는 반면 전세시장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매매로 쏠리던 주택 수요가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다 12·16 대책에서 고가주택 위주로 대출규제와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강화가 이뤄지면서 늘어난 자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 보호대책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올해 전세시장 전망은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1월27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5% 올라 전주(0.10%)보다 상승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학군 수요가 주춤해졌으며 설 연휴에 따른 거래 감소와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직주근접한 역세권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0.16%)와 동작구(0.10%), 마포구(0.10%), 성북구(0.09%), 성동구(0.09%) 등의 전셋값은 신축 아파트나 역세권 주변 단지 위주로 여전히 오름세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상승세로 전환한 뒤 줄곧 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주일 만에 0.20% 안팎으로 전셋값이 오르기도 했다. 올해 들어 이번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0.42%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셋값이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불안 요인이 많다고 분석한다. 그간 집값이 오르면 전셋값도 따라올라서다. 여기에 잇단 규제로 매수세가 위축된 데다 오는 4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됨에 따라 당장 집을 사기보다 전세로 살면서 관망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정시 확대 등 교육제도 개편에 따라 인기 학군지역의 전셋값 상승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1주택자라도 9억원 초과 주택을 팔 때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들어가려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국지적 전셋값 상승…반전세 증가”

전세매물 부족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지난해 10월부터 줄어 12월(7128건)에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는 4195건으로 더 줄었다. 반면 반전세(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 초과) 거래량은 지난 12월에만 1528건 거래되며 전월(1139건) 대비 34% 증가했다.

통상 계약 만기 시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는 전세보다 보증금과 별도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반전세가 세입자에게는 경제적으로 더 부담된다. 사실상 세입자보다는 집주인의 요구로 반전세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전문위원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초저금리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니 기존 전세를 반전세로 돌려 임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고, 세입자들은 급등한 전셋값을 충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전세매물 부족에 따른 국지적인 전셋값 상승세로 반전세나 월세 계약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월세상한제 도입될까

전세시장이 불안 조짐을 보이면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처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시 전·월세 가격 인상을 일정 폭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2년 임차 기간이 끝난 후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대표적인 서민 주거안정 제도로 꼽힌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9월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개정 작업은 법무부가 주도하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이 전·월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월세상한제 등이 오히려 임대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제도 도입 직전 집주인들이 전·월세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신규 계약뿐 아니라 기존 계약에도 소급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 내집마련 전략은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내집마련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라면 새 아파트 분양을 공략하는 게 현명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고 4월 이전에 분양물량이 쏟아질 것이고,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와 경기 성남 고등지구 등 알짜 택지지구 매물들도 계속 나온다”며 “다만 대출규제 등으로 집값의 60~70%는 자기 자본이 있어야 하는 만큼 자금마련 계획부터 꼼꼼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가점이 높지 않은 무주택자라면 기존 주택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 이때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지역은 경계하는 게 좋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의 경우 실거래가 기준으로 저점인 2012년 4분기보다 집값이 2배 이상 오른 곳은 거품이 아닌지를 따져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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