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전월세 전환율 상한, 있으나마나

작성일
2016-12-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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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4.75% 이내’ 규정 유명무실…광역지자체 중 지킨 곳 없어
ㆍ집주인을 강제할 수단 없고 계약기간 중에만 적용 한계




경기 성남시의 직장인 김모씨(45)는 지난해 보증금 2억2000만원에 전세로 살다가 보증금 6000만원을 줄인 대신 월세 30만원짜리(전환율 6%) 반전세로 바꿔야 했다. 그러다 주인이 지난해 8월 다시 보증금은 놔두고 월세를 30만원 더 올려달라고 했다. 보증금 1억6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면 전세보증금으로 따지면 7000만원을 더 올리는 셈이다. 김씨는 “이러다가 경기 평택 너머까지 밀려나가겠다 싶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에 빚내서 집을 샀다”며 “금리가 또 오른다고 해서 이자 부담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법 규정에 4.75%를 넘지 못하게 해놓은 ‘전·월세 전환율’이 지켜지지 않아 세입자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강제할 수단이 없는 데다, 신규 계약이나 재계약 때는 안되고 계약기간 중에 바꿀 때만 적용토록 법을 만든 한계도 있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흔히 ‘월세이율’이라 부르는데, 보증금을 줄이는 대신 얼마만큼 다달이 월세로 집주인에게 내느냐는 문제다. 시장에선 대체로 월세이율이라며 6~7% 정도로 통용돼 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현 1.25%)가 거의 사상 최저수준을 맴돌아도 전·월세 시장에선 먼 나라 얘기 같다.

일단 기준선이 낮춰져 있다는 사실조차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올 11월30일자로 개정됐다. 특히 산정방식 자체가 바뀐 상징성은 크다. 기존 ‘기준금리×4배’에서 ‘기준금리+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로 바꿨다. 이 이율은 시행령에 따르는데 ‘연 3.5%’로 못박았다. 현재 1.25%인 한은 기준금리로는 전·월세 전환율이 기존 5%에서 4.75%로 0.25%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린다면 그동안 연 500만원(월 41만6667원) 부담에서 475만원(월 39만5833원)으로 25만원 줄어든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10월 기준 광역지방자치단체 17곳 중 기존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 5%를 지킨 곳은 없다. 서울은 5.7%이고 인천 7%를 비롯해 경북은 9.6%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릴 때 세종 세입자는 연 540만원을 내지만 경북에선 960만원을 부담한다. 형태별로 서울의 아파트는 4.8%인 반면 연립·다세대(6.8%), 단독주택(8.3%)은 부담이 더 컸다. 만약 기준금리가 2%로 올랐다고 치자. 기존에 8%가 전환율인 데 비해 새 방식은 5.5%가 된다. 1억원을 월세로 바꾸면 연간 250만원 줄일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12월 한은 기준금리가 2%일 때 전·월세 전환율은 전국 7.7%, 지방 8.7%였다.

그러나 이 규정을 적용받는 세입자는 현실에선 극히 드물다. 강제할 규정이 없는 상징적인 가이드라인이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이 규정은 계약기간 중에 바꿀 때만 적용돼 실효성이 적은 게 현실”이라며 “다만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기준선이 있으면 계약을 할 때 참고사항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계약기간 중에 바꿀 때도 전·월세 전환율 규정이 거의 안 지켜진다”며 “과태료를 규정하기도 쉽잖아서, 상가처럼 주택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넣어 재계약 때도 전환율 기준을 적용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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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612191820001&code=920202&med_id=khan#csidxafaa7dba7c5ef6f84276932e0125ea4